지난 5월 21일은 세계 부부의 날 위원회가 재정한 ‘부부의 날’이었다. 부부의 날은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기념일이며 1995년 마산 창원의 한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된 ‘부부 사랑 운동’ 이기도 하다. 이 운동을 시작한 권재도 목사는 그해 5월 5일 어린이날에 한 아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인터뷰를 듣고 충격을 받아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후 국회에서 법정 기념일로 지정하여 매해 가정의 달인 5월의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하여 지키고 있다. 굳이 21일을 정한 이유는 “둘(2)이 하나(1)되어”라는 부부됨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세계부부의 날 위원회는 2010년 부부의 날을 기념하여 “부부농사 망치는 10가지 비결”을 발표했다. 내용은 이렇다. “결코, 인내ㆍ용서하지 않는다.” “배우자의 언행에 일절 이해배려하지 않는다.” “서로 칭찬을 멀리하며 맘대로 미워하고 저주한다.” “일체의 애정표현이나 선물을 금한다.” “갖가지 언어폭력ㆍ욕설ㆍ바가지를 일삼는다.” “과감히 외도하되, 배우자 자녀가 무슨 짓을 하던 상관 않는다.” “부부가 서로 딴 호주머니를 찬다.” “배우자 앞에서 딴 남(여)자의 자랑을 늘어놓는다.” “시(처)가에 대한 험담ㆍ모략ㆍ중상을 일삼는다.” “결혼기념일ㆍ배우자 생일등 관련 기념일은 전혀 무시한다.” 부부 해로의 정신을 역설적으로 정리한 위원회는 부부싸움을 막는 최고의 비법이 이해와 관심, 존경 등이라고 반어법을 통해 설명했다.
얼마 전에 어떤 자료를 통해 한국 사람들의 부부생활의 만족도를 조사한 자료를 흥미 있게 접한 적이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릴리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4개국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배우자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은 일본이나 서구인들과는 달리 키스나 부부관계보다 ‘사랑한다.’는 말에 더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4개국 남녀 모두가 부부생활을 불만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대화 부족을 지적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화 부족도 문제지만 대화 내용도 나머지 3개국과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일본이나 서구 부부들은 부부 자신들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 대화의 소재인 반면에 한국 부부들은 친구나 이웃 등 주로 주변 이야기를 소재로 대화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 여성 중 “부부 자신을 주제로 일상적인 대회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들로 인하여 4개국 중 한국인의 부부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애정표현이 적극적이지 못한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에 기인한 것일 것이다.
한국 부부들이 애정표현에 인색한 것은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어떤 아내가 평생 살아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남편으로부터 들어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남편에게 이런 속 보이는 퀴즈까지 냈겠는가? 이야기는 이렇다. 아내가 남편에게 “여보, 사랑해와 안 사랑해가 살았는데 그만 안 사랑해가 죽었데. 그러면 누구만 남았을까요?”라고 물었단다. 대답은 뻔하지 않는가? “사랑해”다. 그런데 이 묵뚝뚝한 남편은 이 뻔한 대답까지도 쑥스러워 못하더라는 것이다. “표현 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어떤 잡지에 이런 글이 있었다. 제목은 “사랑”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한가. 어떤 것이 사랑인지 궁금한가. 나는 가르쳐 주지 못한다. 누구도 그 사랑을 말하지 못한다. 오직 사랑해 보라. 진실로 사랑해 보라. 그러면 알 것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만 알 수 있다.” 사랑은 사랑할 때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는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는 하나님 말씀처럼 둘(2)이 하나(1)되어 한 몸을 이룬 존재이다. 그런데 사실은 한 몸이라는 선포로 시작될 뿐이지 처음부터 전 인격적인 한 몸 됨을 감각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왜 그럴까? 그것은 너무 다른 두 인격이 만나서 어느 날 결혼하여 한 몸 선포식을 가졌다고 완벽한 하나 됨이 이루어지겠는가? 부부의 하나 됨은 평생 이루어 가는 것이다. 1+1=2가 아닌 “1”을 이루어 가야하는 이상한 공식풀이 게임이 부부생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로는 힘들고 아프고 어렵다. 그래도 부부는 그 어떤 하나 됨의 장애 앞에서도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가정의 최소 단위인 부부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교회가 그리고 한 사회가 굳건해 지기 때문이다. 부부의 날 공식 지정노래인 “둘이 하나 되어” 가사 말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둘이 하나 될 수 있도록
둘이 하나 될 수 있도록
어떤 현실도 서로 참아 낼 수 있어
너 없는 이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어
내 목숨만큼 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