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역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왕은 다윗 왕이다. 통일왕국을 이루는 큰 업적을 남겼지만 그에게도 감당키 어려운 시련의 때가 있었다. 아들 압살롬의 반역에 의해 왕좌를 내어 주고 반란군을 피해 궁을 떠나야 하는 비극을 맞은 것이다. 황급히 예루살렘을 떠나는 그의 처량한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증언 한다. “다윗이 감람산 길로 올라갈 때에 머리를 가리우고 맨발로 울며 행하고 저와 함께 가는 백성들도 각각 그 머리를 가리우고 울며 올라가니라”(사무엘상 15:30절)
그런데 다윗 왕이 반역 세력을 피하여 도망하는 과정 속에, 그리고 다시 반군 세력이 진압되어 예루살렘으로 환궁하게 되는 과정가운데 에피소드처럼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의 면모를 살펴보노라면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살이 속에 겹겹이 얽혀있는 수많은 인간관계의 한 축소판을 보게 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는 그 관계가 나에게 유익이 되는 관계인지, 평생을 같이 갈 수 있는 관계인지 잘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내가 다윗처럼 어려움을 당하고, 시련을 겪게 되면 관계의 허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윗 왕이 시련을 당할 때 마치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괴롭게 했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힘든 일을 당하고 있을 때 제일 얄미운 사람은 나의 힘든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고자 접근하는 사람이다. 지금 다윗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이다. 그런데 겉으로는 위로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음흉하게 뭔가를 도모하는 그런 사람, 순수한 마음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의 그 고통에 동참해주기보다 상황을 자기 유리한 쪽으로 이용해 먹는 사람이 있다. 이런 모습으로 다윗의 피신 행렬에 가만히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시바’이다. 그는 므비보셋의 사환이었다.
므비보셋은 사울 왕의 손자요, 요나단의 아들이다. 이 므비보셋은 두 발을 잘 쓰지 못하는 절뚝발이였다. 사울 왕가가 망할 때 사울과 요나단이 전쟁터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유모가 다섯 살 된 아이를 안고 급히 도망을 가다가 떨어뜨려 평생 두 발을 쓰지 못하는 비극적인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사무엘하 4:4절)다. 이런 그를 다윗은 왕이 된 후에 찾아내어 왕자처럼 왕궁에서 먹고 살도록 긍휼을 베풀어 주었다. 그리고 이 시바라는 사람에게 므비보셋의 집과 모든 재산을 관리하도록 책임을 맡겼다. 그런데 왕궁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므비보셋은 자신의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다윗과 함께 왕궁을 빠져나가기를 원했다(사무엘하 19:26절). 그러나 시바는 이 안장에 자신의 주인인 장애자 므비보셋을 태워서 안전하게 왕궁을 빠져나가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 대신 엄청나게 많은 먹을 것들을 이 안장에 싫고 피신가는 다윗에게 찾아와 자기 주인을 모함했다. 먹을 것으로 물질공세를 하며 시바는 자기의 주인인 므비보셋을 다윗에게 이렇게 중상모략한다. “므비보셋이 지금 예루살렘에 있습니다.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이스라엘 족속들이 오늘 내 아버지의 나라를 나에게 줄것이다라고 했습니다.”(사무엘하 16:3절) 한마디로 이 말은 므비보셋이 자신이 왕이 되려고 또 다른 반역을 꾀했다는 것이다. 시바의 이 말 한마디는 무고한 한 생명을 죽일 수 있는 엄청난 모함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함이 다윗에게 통했다는 사실이다. 시바의 이 말을 들은 다윗은 그 즉시로 므비보셋의 모든 재산을 종 시바가 차지하도록 결정을 하고 만다.
시바는 주인의 재산을 탐하기 위해 절뚝발이인 주인의 장애를 이용했고, 먹을 것을 뇌물로 이용했고, 지치고 힘든 다윗을 이용했다. 자신이 그렇게도 애정을 가지고 돌보아 주었던 사람을 확인할 수 도 없는 한 사람의 참소 한마디에 몹쓸 사람으로 단정해 버리는 다윗을 보면서 ‘아, 그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라고 쓴 웃음을 짓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물질공세에 약한 모양이다. 특히 먹을 것에 참 약하다. 밥 한 끼 사주면서 나와 잘 지내고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이고 좋지 못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이제까지 좋았던 관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관계는 피해야할 관계임이 마땅하다. 관계를 점검함에 있어서 시바와 같은 인간관계를 조심할 일이다.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해 먹는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니다. 사람은 신뢰의 대상도 아니지만 결코 이용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오로지 사랑과 애정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